1년 전에 1700억을 투자 받은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했다

보름 전까지 근무 했던 회사가 (거의) 망했다. 재정적으로 망해버렸다. 회사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 것은 1월 초. 근데 대뜸 회사가 어렵다고 말한 것은 2023년 1월 31일. 그리고 2주 후에 희망퇴직을 선언했고, 2월 말에 대거 퇴사자가 나왔다. 이제 나는 회사 직원이 아니므로 건너 들은 이야기이지만, 4월에 추가 정리해고도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회사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나갔지만 더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누구나 그리고 어떠한 일이나 벤처, 사업,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다. 그치만 그 과정에서 교훈이 있어야하고 회복 가능한 수준이어야한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 무리한 일을 근거 없이 진행했다. 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영진, 임원, 그리고 실무자들끼리 나오는 위험성이나 대화 내용에 조금만 더 귀를 귀울였다면 어땠을까.

로또에 당첨되고 되려 인생이 망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 않나. 현재 상황이 딱 그렇다. 큰 돈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압박은 있을테니 숫자 만들기에 급급해서 가짜 숫자만 찍어내고 외형적 성장에 집중했었다.

재밌게도 이런 회사의 엎어짐은 회사의 주주들보다 내게 더 큰 배움을 줬다. 투자금을 내 돈인 마냥 함부로 쓰지 말 것. 보여주기식 성장을 하지 말 것. 직원을 지나치게 뽑지말 것. 회사를 선택할 때 경영진의 커리어와 윤리성을 무시하지말 것.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 것.

나는 결국 떠났다. 내가 남아서 기여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설레임이 없었다. 아마 회사는 1년이고 3년이고 망하지 않고 버티긴 할 것 같다. 하지만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뾰족하지 못하다면 이는 식물회사 같은 상태일 수 있으니 빨리 다시 살아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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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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